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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병원에서 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
박서연 울산외고1  |  emily40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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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4  16: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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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내가 자주 가던 주성혜 요양 병원에서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특별한 경험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시작한 요양 병원 봉사 중 가장 가슴이 따뜻해지는 날이었다. 지금까지는 요양 병원에서 주로 창문 닦기, 침대와 선반 청소하기, 식사 수발하기, 병원 바닥 쓸고 닦기 등 말을 하지 않고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 달에는, 2시간 내내 한 분만 맡아서 산책과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활동을 맡았다.

 

내가 맡은 할아버지는 하반신 마비가 되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으신 할아버지였다. 즉, 혼자서는 무엇인가를 하기가 사실상 힘드신 장애인분 이셨다. 사실 처음에 이러한 활동을 맡았을 때는 대체 두시간 동안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하지, 말은 어떤 말을 해야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등의 갖가지 생각을 하며 걱정부터 앞섰다. 그렇게 병실로 가서 인사를 드리고 휠체어를 끌며 병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 딱 할아버지를 뵜을 때,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스스로 내려오려고 힘쓰셨다. 하지만, 결국 간호조무사 분께서 할아버지를 침대에서 내려 휠체어에 태우는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였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2시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주어졌다. 최대한 할아버지를 즐겁게 해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만큼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고,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할아버지가 먼저 말씀하셨다. "오늘 날씨 좋지?"라며 말이다. 그 후로도 계속 할아버지께서 말씀을 주로 이끄셨다.

 

병원 내에서 계속 몇마디 말을 주고 받다가 할아버지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셔서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계단이 눈 앞에 있어 어디로 가야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둘러보다가 옆에 바로 경사면이 보였다. 장애인용 경사면을 보고 역시 병원에서라도 설비되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공공장소에서 이런 경사면이 설치되어야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바깥에서 할아버지와 어엿 남은 1시간 반 정도의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내게 신선하고 다소 충격적이게 다가왔던 말이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나 불쌍해보이지?"라며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무 놀랐다. 이 상황에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다가 나는 웃으면서 "에이 아니예요."라고 답했다. 할아버지는 그 후로 "그래. 우리는 불쌍한 게 아니야. 나는 밥도 잘 먹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라고 말씀하셨다.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로는,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가족들이 밖에 같이 외출하거나 밥을 먹으러 갈 때 휠체어를 타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거나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고, 가끔씩 외출을 할 때 휠체어 때문에 곤란을 겪어 관련 직원이 당황하는 표정을 하는 것이 싫다고 하셨다. 즉 할아버지께서는 주변의 시선과 동정이 싫은 것이었고, 그런 느낌을 가족들까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이곳에 오게 된 것이었다.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사실 지금까지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편견을 가져 무시하고, 놀리는 행위를 하거나, 각종 공공장소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지 않는 점에 대해서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 해보니 모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다니는 길거리에 휠체어만 타고 나가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는 미심 쩍은 표정과, 안쓰럽다는 눈빛, 불쌍하게 여기는 그러한 마음이 나였어도 정말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 날은 봉사를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과 값진 경험, 또 다른 생각을 얻을 수 있었던 정말 의미있는 날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마지막에 "내가 너무 주변을 의식한 건가. 너는 주변 신경쓰지 말고 할 일 다 하면서 살아. 열심히 공부하고."라는 말을 덧붙여 내 마음이 따뜻하게 만들어 주셨다. 정말 따뜻한 말이었다. 이 날은 정말 스스로 반성과 성찰을 하기도 하고, 경험도 얻어갔다. 오히려 장애인이신 할아버지는 비장애인인 나보다 훨씬 자란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고 계시고 심지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말을 건네실 줄도 아시는 분인데, 다르게 동정 어린 눈빛과 시선으로 보면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까지는 나 역시 장애인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안쓰럽다 또는 불쌍하다였다. 심지어 그게 표정으로 드러났을 수도 있다. 이 날, 나는 이러한 마음가짐 역시 장애인 차별의 일종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약간 극단적일지 몰라도 말이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고,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고, 단지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를 뿐인데 이러한 사람들을 동정하고 약하게 취급한다면, 이것이 오히려 진짜 차별보다 큰 상처로 돌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힘들까봐 배려의 차원에서 청소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지만, 이것은 그 사람에게는 차별의 일종이 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차차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생각이 바뀌어, 장애인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섞이며 공존하는 말 그대로 '함께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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